블루닷컴

내가 처음 내 용돈으로 표를 주고 본 영화가 중학교 1학년 때 나온 건축학개론이란 영화였다. 그 중 기억나는 장면이 바로 수지가 이제훈한테 전람회 1집 초판 디지팩 CD을 디스크맨 D-777로 작동시킨 후 이어폰을 건네면서 ‘같이 들을래’라고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노래에 반해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음반가게로 뛰어가 음반을 바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내 용돈 주고 구매한 음반이기도 했고… 비록 주얼케이스반이라 그런지 뭔가 허전해서 초판을 언젠가 여유가 되면 구매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 당시 가격이 비싸서 망설였었고, 언젠가 좋은 가격에 구하겠지라 하면서, 주얼케이스 앨범에 만족을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상태가 좋은 디지팩 초판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게 되었다. 마침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알판에 기스도 많고, 상태도 좋지 않아서, 이왕 살 거 디지팩 초판으로 구해보자라고 몇 해 전부터 다짐했었는데,  마침내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동률 목소리와 기억의 습작이 너무나 좋아서, 각각 다른 버전으로 수집을 해 보았다.

왼쪽부터 주얼케이스반, 최근 득템한 디지팩 초판 그리고 카세트테이프 초반이다. 전람회 1집 자켓은 지금 봐도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봐도 설레는 것을 보면.. ㅋㅋ 필자가 구한 디지팩 초판은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흰색 트레이에 바코드에 full이 적혀있는 앨범이 아닌 검은색 트레이에 바코드에 full이 적혀있지 않은 잘 안 보이는 버전인데, 검은색 트레이 버전은 필자도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기억의 습작’도 좋지만, 대학가요제 출전곡으로 생각했었다는 ‘여행’이라는 곡도 봄에 듣기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뭐니뭐니해도 ’여행‘ 첫 부분을 보면 녹음할 때 멤버들과 신해철과 대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상적인 대화이지만, 지금 들어보니 뭉클하지만 애절하게 들리는 것 같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분도 있어서 그런가… 이 대화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오늘은 간만에 디스크맨으로 건축학개론을 떠올리며, 전람회 1집을 청음을 해볼까 한다. 지금 들어도 세련된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요즘 노래보다 좋게 들리는 것 같다.

1993년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가수 데뷔를 했고, 김완선에 이어 ‘한국의 마돈나’ 계보를 잇고 있는 엄정화의 1집 앨범이다. LP와 테잎은 아세아레코드에서, CD는 삼성 나이세스에서 발매됐다. 손무현, 아침의 유정연, 故 신해철 등이 참여하여 완성도를 높여 주었고,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주제곡인 ‘눈동자’ 라는 곡이 히트하게 된다. 필자도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OST CD를 가지고 있고, 엄정화의 ‘눈동자’가 수록되어 있어서 그 앨범으로 만족하려 했다. 하지만, ‘눈동자’ 이 곡이 너무 좋았고 그 외의 수록곡들도 필자의 맘에 쏙 들었기 때문에, 구매하자고 맘 먹었고, 며칠 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운 좋게 나온 매물을 구입을 하게 되었다.

자켓이다. 미모부터, 자켓 일러스트가 도도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나는 것이 묘한 끌림을 준다. 손무현, 아침의 유정연, 신해철이 이 음반의 작사 작곡으로 참여하다 보니, 곡 분위기가 세련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타이틀 곡 ‘눈동자’는 신해철의 자작곡이라 그런지 Instrument부터 마왕의 향기가 짙게 나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엄정화 Discography 중에서는 완성도가 꽤 높은 음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뒷면이다. 총 8곡의 댄스와 발라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곡에는 19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미디와 시퀀서를 이용한 컴퓨터 사운드 반주를 도입했으며, 1집 앨범으로 엄정화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눈동자’란 곡이 엄청 히트하게 됨으로서 엄정화는 배우가 아닌 가수의 커리어를 걷게 되고, 이후 ‘배반의 장미’, ‘포이즌’ 등의 댄스 음악을 취입하여, ‘한국의 마돈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서, 그녀의 가수 생활은 큰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원래 CD가 구하기 힘든 음반이었으나 레트로 붐이 일면서 LP를 구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LP 역시 예전보다 구하기 어려워졌다. 음원사이트에서도 서비스가 되지 않아, 넬 인디 1집과 비슷하게 음원사이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음반이기도 하다. 언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음원서비스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며칠 전 10월 27일 마왕의 7주기였다. 아기천사, 무한궤도란 밴드로 시작하여, 솔로 활동을 한 후 넥스트에서 활동했고,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한국 대중음악에 획을 그었던 사람이었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가… 7년 전이었던 2014년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말았다. 향년 46세… 젊은 나이에 말이다. 그는 뮤지션으로서 작사, 작곡, 편곡까지 했었으며, 실험적인 음악도 시도했었던 뮤지션이었다. 그렇게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꿔놓고, 획을 그었던 분이… 허망하게 갔다는 것이 나에게 당시로선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 특히 1집 앨범은 많이 들었고,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이 곡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생각날 때 마다 한번 씩 틀던 노래였는데… 이제는 라이브로 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슬픈 표정 하지 말이요’ 이 곡에 대한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바로 신해철이 88 강변가요제 당시 아기천사란 밴드를 결성하고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의 원곡 ‘기다림은 사랑의 시작이야’란 곡으로 출전했으나, 아쉽게도 예선에 탈락하고 말았다. 이후 신해철은 대학가요제 출전 및 무한궤도 결성 때문에 아기천사를 나가게 되고, 아기천사는 보컬 오재혁을 영입하면서 89년도에 킹레코드에서 1집 앨범을 내게 된다.

아기천사는 본래 키보디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원경,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이었던 신해철이 주축이 되어 강변가요제를 목적으로 만든 밴드였다. 하지만 강변가요제 출전이 좌절되면서… 당시 강변가요제 예선에서 이들의 출전곡을 들은 킹레코드사에서 음반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이에 아기천사는 1989년에 데뷔 음반을 내게 된 것이다.

곡을 보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이상은의 곡으로 유명한 ‘사랑할거야’가 수록되어 있다. 두 곡 다 키보디스트이자 리더인 원경이 작곡한 노래로 이상은의 곡은 당시 일본 노래를 참고하여 분위기만 그런 분위기로 하되 표절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이상은이 리메이크를 하게 되면서 큰 히트를 하게 되는데, 이 곡이 구와타 케이스케의 곡인 ‘Just A Man In Love’의 곡을 그대로 베꼈다라는 표절 시비에 휘말려…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두 곡 외에도 ‘그대 모습’, ‘우리들의 사랑’ 등 당시 유행할법한 락 발라드를 수록했고, 강변가요제 출전 목적으로 만든 밴드이기에… 대학 그룹사운드만의 풋풋함이 묻어나와 있어서 미숙하면서도 순수한 아기천사만의 색깔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기천사는 이후 이성욱을 영입하여 2집을 발매하지만, 2집 역시 실패하게 됨으로서 아기천사는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아기천사 음반들은 특히 CD로는 극소량 발매라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 중 하나라… 나 역시도 구하는 데 좀 오래 걸렸던 음반이기도 하다. 그래도 마왕의 초창기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라 팬심으로 구한 것도 있지만, 8090년대 대학 그룹사운드의 특징을 잘 보여준 음반이라, 모르시는 분들은 한 번 접해보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정말 명반인데, 재발매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