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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록 밴드 중에서 할리퀸이라는 밴드가 있다. 노래 좀 하는 남자들이라면 노래방에서, 할리퀸 노래는 한번쯤 불러봤을거라 생각해본다. 오늘은 할리퀸의 전신 포커 페이스의 1집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포커 페이스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한 연세대 밴드 ‘소나기’ 출신의 표건수와 권태욱이 만나 Poker Face란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세련되면서도 수준 높은 음악을 구현했던 걸로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였고, 처음 접했을 때 너바나와 노래 풍이 비슷하여, 처음 접했을 때 외국 노래인 줄 알아서 다운타운 다음으로 큰 충격을 줬던 락 밴드였던 것 같다.
꽤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지만, 락의 불모지답게 이 음반 역시 알려지지 못한 채 절판이 되어… 지금은 구하기 힘든 음반이 되고 말았다… 매니아들만 아는 명반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식적에 락을 즐겨 들었던 분들이면 이 음반은 알거라 생각해본다.

이 앨범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자면, 권태욱과 표건수은 홍콩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이후 국내 최고 대학인 연세대에 진학해 록커의 꿈을 계속 키워나갔고, 그 결실로 당시로선 국내에 생소했던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포커 페이스를 결성하여 활동하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그룹 이름과 앨범명을 Poker Face와 One Pair로 지은 이유가, 원 페어를 잡고도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레이스를 하겠다는 깊은 뜻이 있다고 어떤 분께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근거 있는 썰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포커 페이스는 당시 신세대적 감각을 얼터너티브 록에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컴퓨터, 신디 음악을 거부하며 오로지 자신들이 기타, 피아노, 퍼쿠션 등을 연주를 직접 했으며, 거칠다는 평도 있었지만, 신선하면서도 생동감있는 음악을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밴드로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은 ‘그때’와 ‘이별날‘ 이 두 곡이며, 국산 얼터너티브 록을 느끼고 싶다면 ’망각‘ 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1994년에 나온 음반이 아닐 정도로 세련된 멜로디가 특징이며, 권태욱의 날카로우면서도 샤우팅한 보컬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집 활동 이후 멤버들의 군 문제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하게 되고, 군 제대 직후인 1996년 포커 페이스로의 활동이 이어가지 않고, 소나기 출신 멤버 2명과 홍익대 스쿨 밴드인 블랙테트라 출신 키보디스트 송재경을 영입하여 할리퀸을 결성하게 됨으로서 포커 페이스의 활동은 이 한 장으로 끝나게 된다. 그냥 투 맨 밴드에서 풀 밴드로 바뀐거지, 계보는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상 할리퀸의 전신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그들이 표방했던 음악은 후에 할리퀸에도 이어짐으로서, 할리퀸은 수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동시에 수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장수한 락 밴드로 거듭나게 된다. 할리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할리퀸 음악의 토대를 볼 수 있는 앨범이라, 한 번 접해셨으면 하는 바램이다.